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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 장 컬렉션은 보물없는 보물 전시”

지난 6월 막을 내린 LA카운티미술관(LACMA) ‘한국의 보물들’ 전시회의 일부 작품이 위작이라는 의혹에 대해 한국 미술계가 입을 열었다. 전시품을 기증한 체스터 장 박사는 현재 작품 수집 경로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본지 10월 17일자 A-1면〉 한 개입 수집가가 작품 거래 과정에서 장 박사가 작품을 강압적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거래자는 장 박사가 거래 중 ‘장물’이나 ‘위작’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LACMA에 작품을 전시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동국(사진) 경기도 박물관장은 본지가 지난 7월 보도한 LACMA의 위작 논란 부인 기사〈본지 7월 9일자 A-3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관장은 지난 6월 26일 LACMA가 제기된 위작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인물 중 한 명이다.       LACMA 측이 수년간 과학적 연구를 마쳤다는 입장에 대해 이 관장은 “과학 감정은 작품 감정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과학 감정이 진품으로 판정되더라도, 안목 감정과 프로비넌스(작가의 작업실에서 지금의 소장자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이력을 추적하는 것)가 완벽히 일치해야 진품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전시회에 공개된 대부분의 작품 수준이 C급, D급”이라며 “보물 전시회라고 하지만 보물급 작품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LACMA가 추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연구는 한국과의 공동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한국 고미술계에서는 이미 체스터 장 컬렉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LACMA 측이 논란이 된 전시회의 도록(catalogue) 발간 계획이 없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관장은 “지난 6월 연구 토론회에서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원래 발간하려 했던 도록을 발간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반 관장은 더 많은 연구 후 도록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장은 미술 전문지 ‘아트인컬처’ 8월호 칼럼에서 전시 큐레이터이자 LACMA 중국 및 동아시아 미술부장인 스티븐 리틀의 기획 방식도 비판했다. 그는 “리틀이 과학 감정을 맹신하고 한국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선적으로 전시회를 열었기 때문에 위작 논란이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리틀이 과학 감정을 통해 작품이 진품임을 주장하더라도 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위작 논란 작품 중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예로 들며 과학 감정 결과 진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위치와 모습이 제목과 맞지 않으며 박수근의 기존 대표작들과도 구도가 다르다는 점을 태현선 큐레이터(리움미술관)와 홍선표 교수(이화여대)가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보물과는 관련이 없는 수석 2점과 중국 청나라 시대 벼루와 먹이 전시된 것을 두고, 이 관장은 중국 미술 전문가인 리틀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장은 ‘보물’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 전시회가 한국 미술의 가치에 대한 ‘무지(無知)와 무시(無視)’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위작 논란이 LACMA를 비롯한 서구 미술계에서 여전히 한국 미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한국이 한국 미술의 본질을 서구에 제대로 알리고,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방식과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LACMA 위작 논란 작품, 수집 경로<체스터 장 박사> 의혹 제기 김경준 기자보물 체스터 한국 미술계 작품 감정 이번 전시회

2024-10-20

[중앙칼럼] LA카운티미술관의 갈팡질팡 행보

무려 넉 달간 논란의 위작을 내걸었다. 파문이 일자 전시회 종료일과 맞물려 슬그머니 그림을 내렸다. 언뜻 보면 위작 논란 때문에 작품을 내린 것인지, 전시 일정이 마무리돼서 내린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상 꼼수에 가깝다. 최근 세계적인 예술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LA카운티미술관(관장 마이클 고반·이하 LACMA)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월부터였다. LACMA측은 한국의 대표적 화가인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이라는 전시회를 가졌다. 그런데 미술계가 위작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LACMA측은 아직 관람객들에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 질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야 입장을 밝혔다.   전시회 이후 도록(catalog) 발간은 상징성이 있다. LACMA측은 뒤늦은 성명을 통해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 앞에서 도록 발간 취소를 언급했던 마이클 고반 관장의 발언을 번복했다. 위작 전시를 사실상 전면 부정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LACMA는 미국 서부지역 최대 미술관이다.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에 있기 때문에 특히 한인 사회와도 접점이 많다. LACMA측도 이를 알기 때문에 한국 관련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지난 2022년의 특별 기획전 ‘사이의 공간’도 LA에서 한국 근현대 명작들을 감상할 좋은 기회였다. 한국의 미술 명작들을 대규모로 전시해 주류 사회에 선보인다는 건 그야말로 한인들에게는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었다.     LACMA는 한인 예술가들에게는 꿈을 갖게 하는 곳이다. 언젠가 자신의 작품이 LACMA와 같은 유명 미술관에 걸리기를 희망한다. LACMA의 명성, 공신력은 그만큼 힘이 있다.     LACMA는 또한 대중적이다. 미술 애호가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서 친지 등이 오면 함께 즐기며, 산책 삼아 둘러보기에도 좋다. 일례로 야외에 있는 ‘어반 라이트(Urban Light)’ 설치 작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념촬영 명소가 됐다.   LA의 중심부를 가르는 윌셔 불러바드를 오갈 때마다 보게 되는 미술관 건물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한 LACMA가 위작들을 내걸었다가 입장을 번복하는 행위는 한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위작 전시 파문은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 전시회가 시작됐을 때부터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LACMA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기된 문제점들을 마치 근거 없는 주장처럼 치부하고 폄하했다.   심지어 전시회를 기획한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부장은 위작 의혹 제기에 “아마도 박수근, 이중섭의 그림이 LACMA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는 작품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고 자신했다. 그랬던 LACMA측은 결국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위작 가능성을 인정했고, 계획했던 도록 발간까지 취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심각한 건 위작 인정 후 이를 다시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작 가능성을 인정한 순간 LACMA측은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일단 전시회부터 종료했어야 했다. 관람객들은 전시 종료일까지 이중섭, 박수근 그림의 위작 여부도 모른 채 돈을 내고 작품을 감상했던 셈이다.   이런 식의 행보는 LACMA가 한인 사회와의 접점을 지우는 일이다. LACMA는 유명 예술 기관이기에 앞서 커뮤니티 미술관이다.   LACMA의 소장품 관리 규정집에는 ‘예술작품의 제작, 품질, 내용, 출처, 목적, 의미 등 예술의 역사를 대중하게 알리는 것’이 사명으로 명시돼 있다. LACMA가 내세운 ‘대중’의 본질적 의미가 궁금하다. 갈팡질팡하고 불투명한 지금의 행보는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LACMA가 진정 공신력 있는 예술 전문 기관이 맞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la카운티미술관 행보 일자 전시회 한국 미술계 위작 전시

2024-07-14

식민지에도 정체성 형성한 한국 근대미술

LA카운티 미술관(LACMA)이 ‘사이의 공간:한국미술의 근대(The Space Between:The Modern in Korean Art)’ 전시회를 9월11일부터 2023년 2월19일까지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개최한다.     LACMA는 “한국 미술계가 서구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한국의 현실에서 재해석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근대 미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서양 문화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사이의 공간:한국미술의 근대’ 전시회에는 유화, 사진 및 조각을 비롯해 서양으로부터 수용한 새로운 예술 양식을 반영한 88명 화가의 총 130여점이 전시된다.     LACMA는 “한국이 마지못해 근대화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과 민족 언어와 문화 말살 시도에 대응해 새로운 민족주의를 발전시켰다”며 “미술계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의 영향으로 한국 미술에 대한 해석과 실험의 시기를 맞이하며 한국 미술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이의 공간’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한국의 근대 미술이 일본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의 상처 깊은 시련과 함께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그리고 그런 영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근대와의 조우, 근대적 반응, 모던의 모멘텀, 신여성의 등장, 현대로의 발전 등 5개 전시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897년부터 1965년까지 연대 순으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대한제국 시대(1897~1910)와 식민지시대(1910~45)에 일본을 통해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술과 전쟁의 혼란한 시기와 전후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실험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고 현대 초기의 미술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예술 부문 큐레이터인 버지니아 문 박사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 프로그램의 두 번째 전시회다.     2015년부터 현대자동차가 LACMA가 체결한 10년 장기 파트너십에 따른 전시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공동 주최된다.     마이클 고반 LACMA 최고경영자(CEO)는 “'사이의 공간'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조명해보고 다른 문화와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예술가들이 어떻게 새로운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며 “한국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LA에서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주소: 5905 Wilshire Blvd. LA   ▶문의: (323) 857-6000 이은영 기자근대미술 식민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미술사 한국 미술계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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